배우 윤여정
영화 미나리는 윤여정이라는 배우에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안겨준 작품입니다. 한국 배우 최초로 그녀가 아카데미에서 수상을 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어 당시 신문이나 뉴스에 그녀의 수상 소식이 자주 등장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윤여정이라는 배우를 참 좋아합니다. 1966년 TBC 공채 탤런트로 입사하여 배우활동을 시작한 그녀는 데뷔한 지는 57년 차로 현재 그녀의 나이는 75세입니다. 아직까지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자신이 배우라는 일을 먹고살려고 목숨 걸고 했다는 유명한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혼 후 생활이 어려워진 그녀는 자식들을 먹여 살려야 했고 조연과 주연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영화를 찍어야 했습니다. 그녀가 얼마나 배우라는 일에 열정을 쏟아부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녀가 등장하는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80년대이고 한 가족이 미국의 아칸소 지역으로 이민을 와서 자리를 잡고 사는 이야기를 주요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제이콥, 가장의 책임감
영화에서 제이콥 가족이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온 때는 10여 년 전이었습니다. 제이콥과 모니카 부부는 딸과 아들을 데리고 아칸소주의 농장이 있는 트레일러 집으로 이사를 합니다. 제이콥은 농장을 일구며 새로운 삶을 살 희망에 부풀어 있습니다. 아내인 모니카는 한인들이 많이 사는 도시에서 살고 싶었는데 낯선 곳에 와서 불만이 많습니다. 두 부부는 이 일로 싸움을 하기도 하지만 아이들을 돌봐줄 모니카의 어머니를 이곳에 모셔오는 것으로 합의를 하고 화해를 합니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 때문에 제이콥은 공장에 나가 모니카와 함께 병아리를 감별을 하는 일을 합니다. 제이콥은 스스로 농장의 땅을 파서 물이 나올 만한 곳을 찾고 그 지역의 농사꾼인 폴과 함께 농장을 일구게 됩니다. 그러나 제이콥이 판 우물의 물이 마르고 물을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미 이 땅에 투자해 놓은 상황에서 제이콥은 포기할 수 없었고 생활용수를 이용해 밭을 일굽니다. 밭은 잘 일굴 수 있었지만 물값을 계속 내야 해서 손해만 안 생겨도 다행인 상황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제이콥과 모니카는 사이가 점점 나빠집니다. 저는 제이콥의 입장에서 새롭고 낯선 땅에 가족을 데리고 와서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데 일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자 얼마나 힘들었을지 또 그 책임감이 얼마나 클지 느껴졌습니다. 제이콥이 그의 아내, 첫째 딸, 심장병을 앓고 있는 아들, 외할머니 이렇게 가족들을 부양해야 하는 책임감을 느끼며 그저 열심히 일을 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저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가장들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자신의 몸이 부서져라 열심히 일하는 모습들을 우리는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저는 가장의 책임감으로 온 힘을 다해 일하는 아버지들께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머니 순자의 삶
모니카의 어머니로 배우 윤여정이 등장하게 되며 이름은 순자입니다. 순자는 맞벌이하는 딸을 위해 손자 손녀를 돌봐주려고 한국에서 딸의 집으로 옵니다. 손자 데이비드는 태어나서 처음 본 순자가 이상하기만 합니다. 순자를 싫어하는 데이비드가 잔에 오줌을 넣어 그녀에게 주고 그녀는 그것을 마시다가 뒤늦게 오줌인 줄 알고 뱉어 냅니다. 그러나 순자는 이것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습니다. 어느 날 데이비드가 서랍을 열다가 발목이 크게 다치자 순자가 그 발을 치료를 해주면서 순자와 데이비드는 친해지게 됩니다. 순자는 손자 손녀에게 화투 치는 법을 가르쳐주고 그 게임을 같이 하기도 합니다. 순자는 아이들의 부모님이 위험하다고 가지 말라고 했던 농장에서 좀 떨어진 곳에 아이들과 함께 가서 물가 근처에 미나리가 자라는 것을 같이 보기도 합니다. 할머니는 미나리는 아무리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면서 아이들에게 미나리를 보여줍니다. 이 부분에서 저는 이 가족들이 척박한 외국 땅에 와서 어떻게든 잘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미나리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순자는 갑자기 뇌졸중이 와 한쪽 몸이 마비가 되어 병원에 입원하게 됩니다. 딸 모니카는 공장에서 병아리 감별사 일을 하면서 아이들과 어머니까지 부양해야 했습니다. 그것은 모니카에게 너무 힘든 일이었습니다. 이러한 딸의 모습을 보는 순자의 마음은 너무 아팠을 것입니다. 순자는 조금이라도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을 것입니다. 데이비드의 검진 때문에 제이콥의 가족들이 병원에 간 사이 순자는 혼자 집안 청소를 합니다. 순자가 쓰레기를 불에 태우려는데 그만 불이 옮겨 붙어 제이콥의 농작물 창고까지 타들어 갔습니다. 병원에서 데이비드의 몸이 나아졌다는 소식과 제이콥의 농작물 거래처가 생기는 기쁜 소식을 안고 집에 돌아온 가족들이 농작물 창고가 불에 타는 순간을 목격하고 데이비드와 모니카는 창고의 농작물을 건지려고 애를 씁니다. 순자는 울면서 죄책감으로 가족들을 떠나려고 하지만 손자 손녀가 그녀가 떠나는 것을 말립니다. 저는 순자의 이런 상황이 너무나도 안타깝고 매우 애처로웠습니다. 데이비드와 제이콥은 농장에서 좀 떨어진 곳에 순자가 심어 놓았던 미나리를 수확하면서 다시 희망을 품습니다. 저는 순자의 삶이 안타깝다고 느끼면서도 순자가 가족들에게 희망의 씨앗을 남겨주었다는 점에서 그녀의 삶에 분명 큰 위로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끈끈한 가족의 사랑
가족은 어려운 일을 함께 했을 때 더 끈끈하게 뭉쳐지는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제이콥과 모니카는 자주 다툽니다. 어린 데이비드가 심장병으로 앓고 있어 모니카는 데이비드를 조심히 키우지만 순자는 오히려 그를 농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도 데려가면서 오히려 데이비드를 강하게 키웁니다. 데이비드의 심장병이 나아지는 데는 이러한 순자의 도움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순자는 데이비드를 지켜주겠다고 했지만 순자가 반신 마비가 되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데이비드는 처음 순자를 만났을 때 좋아하지 않았지만 진심으로 자신을 위하는 순자를 점점 좋아하게 됩니다. 농장에 불이 난 날 순자가 죄책감으로 집을 떠나려고 하자 데이비드가 달려가 순자를 말리며 집에 같이 가자고 합니다. 농장 창고의 불은 가족들에게 엄청난 사건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가족들을 다시 더 굳건히 뭉칠 수 있었습니다. 농장에서 새로운 삶을 사는 것이 꿈인 남편과 도시에서의 생활로 돌아가고 싶은 아내와의 잦은 말다툼, 할머니와 손자와의 갈등, 농장 창고의 불이라는 힘겨운 사건들을 함께 겪은 가족들이 점점 더 끈끈한 사랑으로 뭉치는 모습이 감동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의 가족의 의미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댓글